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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cal Essays & Reviews

보이지 않는 빛을 들어보기

2026

이민아

    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는 매체인 동시에, 시간과 빛이 응축된 결과물로서 촬영 방식에 따라 해석의 방향이 달라진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보급 이후 사진은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도구가 되었고, 사진을 향한 사람들의 심리적 장벽도 크게 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대 작가들은 디지털 환경 속에서 변화하는 사회적 감각과 표현 가능성을 시각 언어로 탐구하며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리아 마우러(Lia Maurer)는 디지털 기술로 다양한 효과를 손쉽게 구현할 수 있는 현 시점에 핀홀, 홀로그램, 적외선 촬영 등 공예적 성격을 지닌 아날로그 기법을 통해 세계를 포착한다. 기술의 발전과 변화하는 사회 현상 속에서 작가는 ‘보이지 않는 시간과 빛’을 어떻게 감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꾸준히 던지고 있다.

    Vestigio(2019)와 같은 초기 작업은 성냥갑으로 제작한 핀홀 카메라 작업으로 시간이 어떻게 한 장의 사진에 새겨지는지 탐구한 것이다. 핀홀 촬영은 이론과 기술의 균형을 맞추기 어려운 기법이지만 그는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손끝과 눈의 감각으로 시간을 담아냈다. 노출 시간에 따라 이미지는 완전히 소실되거나 과잉 노출되어 아예 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예측 불가능성은 오히려 작가를 아날로그 실험으로 이끄는 핵심 동력이자 이번 신작의 출발점이 된다. 또한 Time is a Memory(2024) 작업에서도 볼 수 있듯 핀홀 작업은 작은 구멍으로 빛이 들어오기에 이미지의 선명도는 낮다. 흐릿한 초점과 추상적인 이미지의 결과물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고화질의 선명한 이미지와 쏟아지는 정보에 매일 노출된 현대인에게 초점이 흐릿한 이미지는 낯선 감각으로 다가온다. 특히 고도화된 디지털 기술은 맨 눈으로 볼 수 없는 시공간도 나노 단위까지 분석해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인식 가능한 대상으로 만든다.이러한 현실에서 작가가 시간과 이미지 생성에 직접 개입하는 행위는 기술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의 ‘되감기’ 과정은 오히려 우리가 매 순간 놓치고 있는 감각을 환기시킨다. 리아 역시 빛과 소리 사이에 존재하는 비어 있는 영역, 즉 간극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표현하고자 했다.  핀홀 카메라의 작은 구멍으로 들어온 빛 입자가 필름에 맺히는 과정은 실제 대상과 이미지 간의 대비를 극대화시킨다. 이 틈새에서 관람자는 스스로 이미지를 상상할 여지를 갖게 된다.

    리아는 본인이 바라본 세상의 순간과 온기를 관람자들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작업의 의미를 완성시킨다. 작가의 작업노트에서도 이미지 자체는 물론 전시장에서의 관람 환경까지 함께 고민한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번 《블랙홀 스파게티 Black Hole Spaghetti》에서 선보인 적외선 사진 작업 <질문은 왜 멈췄을까? (Why Did We Stop Asking?)>(2025)과 영상작업 <존재의 조건(Conditions of Existence)>(2026)은 3차원 공간에서 볼 수 없는 빛을 다양한 매체 실험으로 가시화했다. 영상 속에서 빛을 좇는 작가의 움직임은 빛이 소리로 전이되는 과정을 드러내며, 관람자가 빛을 공간에서 어떤 식으로 경험할 지에 대한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적외선과 같이 실제 존재하지만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영역을 작업의 소재로 사용함으로써 인간이 인식하지 못하는 세계를 드러낸다. 수많은 빛의 스펙트럼 중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색은 가시광선 영역에 한정되며, 이러한 한계는 인간이 특정 범주의 시각 경험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기술의 속도를 되감듯 리아는 보이지 않는 빛을 드러내기 위해 매체 실험을 지속해왔다. 그의 작업을 구성하는 낯선 빛의 색깔을 통해 관람자는 작가의 세계와 공명하게 된다.

    새로운 환경이나 우주를 만들고자 했던 작가의 시도는 Folding  series(2022)에서도 발견할 수 있으며, 작가는 빛이 공간과 형태를 구성하는 물질임을 증명하고자 했다. 당시 작가는 홀로그램으로 촬영한 이미지와 피사체를 실제 전시장에 나란히 병치했다. 작가는 빛이 입자(photon)이자 파동이라는 이중성을 지닌다는 점에 주목했고, 이를 홀로그래피와 물성이 다른 실제 대상을 함께 배치함으로써 빛의 특성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홀로그램과 핀홀을 통해 빛의 경험을 축적해온 작가의 시간은 퍼포먼스 영상 <존재의 조건>(2026) 안에서 파동처럼 일렁이며, 물체에 부딪힐 때 증폭되는 소리와 함께 다층적으로 드러난다. 태양 패널에 적외선을 비출 때 발생한 사운드는 시각의 층위를 분리하고 확장시킨다. 작가는 주파 소리로 변환된 빛이 마치 작가의 머릿 속에 맴도는 아이디어가 타인에게 전달되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명확히 말로 설명할 수 없을지라도 리아의 세계는 카메라와 소리를 통해 계속해서 관람자에게 끝없이 감각경험으로 다가갈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은 적외선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지만 이를 볼 수 없기에 간과한 채 살아가며, 오직 cctv 화면처럼 저화질 이미지로만 접해왔다. 작가의 <질문은 왜 멈췄을까? Why Did We Stop Asking?>(2025)과 영상작업은 빛이 소리로 번역됨으로써 ‘본다’는 행위의 층위를 공감각적 경험으로 확장시켰다. 작가가 빛과 시간의 표현법을 계속해서 연구한다면, 적외선 편광필터의 반사 각도에 따른 소리의 확산과 흡수 과정이 시각언어로 표현될지 질문이 생긴다. 작가가 앞으로 연구할 섬세한 ‘빛’의 조정과 다양한 매체 실험 과정에 관람자는 작가가 펼친 감각의 층위에 동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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